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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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잔잔한 밤바다 위의 일기장을 펼치며
- 작성일
- 2014.10.20
잔잔한 밤바다 위의 일기장을 펼치며
경기 고양신촌 초등학교 5학년 2반 이윤*
우리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 중의 한 분이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뭐든 자율적으로 행동하기를 강조하시고 특히 일기 숙제를 내주시지 않기 때문이다. 숙제가 적으니 부담이 없어서 한편으로는 좋긴 한데 간혹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긴 하다.
왜 하필 일기 숙제를 안 내주시는 거냐고 여쭈어보니, 일기는 개인적인 기록이므로 혼자 기록하여 보관하는 것은 좋겠지만 일부러 가져와서 검사를 맡게 되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니 아예 일기 쓰기는 숙제가 아니라는 말씀이시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선생님의 말씀이 옳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기처럼 솔직하고 자유롭게 나에게 일어난 일과 내가 느끼고 깨달은 바를 적어보고 정리해보며 하루를 생각해보고, 혹은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내서 시원한 기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물론 일기는 개인적인 기록이어서 때로는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내가 글을 써서 남에게 보여주며 자랑스러운 생각도 가질 수 있고, 일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면 마음을 잘 전달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유에서다.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만드셨고, 옥포해전부터 노량해전까지 20여 차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성웅이라고 사회 시간에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난중일기를 읽어보기 전까지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미지는 원래부터 타고난 무사이며, 아주 용맹스럽고 용감한 장군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난중일기도 물론 전쟁 중에 쓰여진 것이므로 단순하고 지루한 전쟁의 기록일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나도 모르게 뭉클한 마음을 가지며 책을 보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큰 칼을 들고 계신 차갑고 무서운 청동 동상의 장군님이 아닌, 마음에 사랑이 가득 찬 인간적인 모습이 보인 것이다. 또한 늘 어머니를 그리며 걱정하는 효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끔 “다녀오겠습니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학교를 가거나 부모님께 짜증을 많이 내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난중일기에서 가장 슬펐던 부분은 셋째 아들 면의 전사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가족에게서 온 편지를 받아들고 불길한 느낌에 뼈와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심정으로 겉면의 ‘통곡’이라는 글자를 보았다는 부분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일기에서 ‘가족’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슬프게 느껴졌다.
물론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은 더없는 전문가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 해상에서 처음으로 이긴 옥포해전을 시작으로 일본 해군을 크게 무찌른 한산도 대첩, 수적으로 절대 열세였으며 조류까지도 방해되는 상황에서 전설처럼 이긴, 요즘은 영화로도 유명한 명량해전,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셨기에 너무나도 슬픈 노량해전까지 정말 전쟁에 관한 한 천재적인 모습이었다. 거북선과 판옥선을 적절히 배치하고 미리 구상한 시나리오로 단호하게 적을 무찌르는 쾌거는 무척이나 통쾌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신 일은 너무도 애통하고 훌륭한 장군님이 아깝고도 아까웠다.
한편 일기 내용 중 다소 놀라운 기록도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직접 소금 만드는데도 관여하여 군수품을 마련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고기를 잡거나 도자기를 제조하여 판매하도록 하여서 군량미를 비축하기도 하였다는 부분이다. 그렇게 솔선수범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는 굉장히 본받을 만한 점이다.
전쟁 중에 가족이나 친구와 떨어져 지내야하는 상황에서 일기장은 이순신 장군의 속마음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이 없는 조용하고 잔잔한 밤바다 위에서 한 손에 일기장을 들고 계시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상상하니 낭만적이다.
나는 난중일기를 읽으며 이순신 장군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실천력 그리고 인간적인 따스한 면모를 느꼈다. 일기는 사적인 개인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본 훌륭한 일기는 우리 역사 대대로 큰 자랑거리이자 가치 높은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나도 그런 가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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