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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꼭 지키고 싶은 약속
- 작성일
- 2020.11.19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꼭 지키고 싶은 약속
여름이 반짝 / 문학동네
통영 죽림초등학교 6학년 5반 허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직 그런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여름이 반짝' 속의
린아처럼 말이다.
올해 여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내용을 잘 이해하기 힘들었다.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람이
내 곁을 떠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언가 다시 읽어야 할 것만 같았기에 괜한 오기가 생겨 몇 번이고 계속 읽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나는 비로소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외할머니 댁에 머무르던 린아는 그곳에서 두 번째 죽음을 마주한다. 짝꿍
유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린아와 뾰족한
사이였던 사월이도, 유하의 단짝친구 지호도 린아처럼 유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라도 친한 친구의 죽음 앞에서는 담담하지 못할 것이기에 이해가 갔다. 동시에
새삼 내 주변 사람들의 존재에 감사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런데 유하의 비눗방울이 마법처럼 유하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그것도 꼭 7일마다 7번, 저녁 7시 7분에 말이다. 린아, 사월이
그리고 지호는 함께 유하의 목걸이를 찾기 시작한다. 많은 고난 끝에 아이들은 마침내 목걸이를 찾게 되었고, 사월이와 린아도 제법
가까워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름의 향기만을 머금은 채 유하에게 목걸이를 전해 주지 못했다.
요즘 우리의 여름을 가장 뜨겁게 달군 소재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얼마 가지 않아 '코로나'라는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지난 겨울 우리를 찾아와 올해 여름에도 코로나의 기세는 식을 줄 모른다. 때문에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코로나는 벌써 작게는
몇십명, 크게는 몇십만명의 사람을 떠나보냈다. 가만
생각해보면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건 한
순간인데 우리 누구도 그 짧은 순간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전염병은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또 다시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렇지만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서로를 지켜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왜냐하면
서로를 구해주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친
소 정식이로부터 린아를 구해주는 유하, 철봉에서 떨어지는 린아를 안전하게 받는 사월이, 그리고 린아가 구해내는 사월이의 동생 태복이. 어쩌면 이 장면들이
유독 눈에 밟혔던 건, 내 마음과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어른들의 울타리 속에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단단하게 뭉쳐 서로를
구해내겠다고, 당당하게 외치고 싶은, 그런 마음.
사전은 죽음을 '죽는 일.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라고 정의한다. 누군가에겐 세상을 잃은 슬픔일 텐데 이것을 이렇게 한 마디로 정의한다니, 참
믿기 힘들다. 그래서 내 마음 속에서는 죽음을 '하늘의 별이 되는 일. 별동산에서 만나자고 손 흔드는 누군가를 이른다.'
라고 정의할 것이다. 그래야 그나마 죽음 앞에 담담히 손을 흔들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한동안 보지 못해도, 결국에는 만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누군가가 세상의 별이 된다는 건 나에게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색하다. 동시에
상상만 해도 믿기 힘들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면 한다. 그렇다고 제 할 일을 다해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내 곁의 사람이 떠나갈 땐 나의 숨을 담아 분 비눗방울에 우리의 추억을 함께 담아 보내주고 싶다.
올해 여름, 7월의 햇살은 눈부시게 반짝였고, 7년 만에 첫울음을 터뜨렸을 매미는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울었다. 그리고 나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을 지키려 주변 사람들의 존재에 한 번 더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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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