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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쟂빛 시간속에서 그들은 희망을 보았다
- 작성일
- 2022.05.24
쟂빛 시간속에서 그들은 희망을 보았다
필(feel)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서울대영초등학교 초등학교 6학년 4반 김가*
기계가 지배한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기계는 감정이 없는 상태여서 우릴 죽이거나 해를 가해도 아무런 느낌을 느끼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필은 미래의 사회가 맞닥뜨린 기계가 정복했다는 디스토피아적 전제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필 프로그램과 기계(러드)들이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필 단계가 올라가면 안구에 필 단계가 올라갔다는 표식이 남겨진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또, 필 단계를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계들의 모습, 감정을 가르쳐주는 필러와 잉여인간이라는 존재’ 라는 독특한 모습을 세세히 묘사한 점이 독자로부터 하여금 정말 심금을 울리는 감정들과 긴박한 순간에 있는 듯한 동질감을 이끌어 내었다.
이 책에서는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많이 보였다. 맨 처음 나왔던 ‘리온’ 이라는 러드가 살해하고도 웃는 잔혹한 면모를 보여주는 때에, 나는 이런 질문이 들었다.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잔혹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을지에 관한 여부였다. 나는 그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한 행위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는 것을 역지사지라고 하는데, 역지사지를 못 하는 순간 그들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모르게 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우리는 가끔 친구를 만나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공감해 주거나 위로해 주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의 슬픔으로부터 우리 자신도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잔인한 면모에 대한 분노는 그들을 가여워하며 어느정도 경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잉여인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잉여 인간이란 여기서는 쓸모없는 인간이다. 잉여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 그들이 나이 들었고, 감정 공감 지수가 낮다고 참혹히 짖밟힌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잉여인간의 기준이 굉장히 합당하게 변해도 우리는 그들을 보살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을 죽인 사람도 죽어야 할 지에 관한 문제였다. 처음에 나는 그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내 모습이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러드와 같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그 러드들도 기준이 달랐을 뿐 우리는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과연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그 사람의 존재 가치는 없는 걸까? 모든 사람은 존재 가치가 있지 않은가. 죄를 뉘우칠 시간이 있지 않은가. 그제서야 나는 얼마나 좁은 견해를 가졌는지를 알게 돼었고, 잠시라도 생명을 없앤다는 잔인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뉘우쳤다.마지막으로 이 책이 가슴에 깊은 울림과 슬픔을 주었던 부분은 필러들이 실험용 인간으로 아무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희생양이 돼었던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는데 동질감과 가여움을 느꼈던 것은 아마 제국주의였던 일본이 우리나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했다는 것이 떠올라서였을까? 그들은 아무 느낌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 러드들과 같이 실험 대상을 다른 민족,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발전을 위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독재자 거브레인을 만나는 부분에서 나는 탄압과 막막함을 느꼈다. 우리 나라도 독재자가 다스렸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비록 러드들이지만 이 권력욕에 눈먼 이에게 통치를 받고 있는 러드들이 불쌍했다. 자신이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러드들의 고유 번호를 찾아내어 배터리를 고갈시키는 일은 정말 극악무도하기로 악명 높은 독재자의 모습을 잘 묘사해 주었다.
이 책이 끝났을 때 인간과 화합하는 기계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들의 희망은 매우 밝아보였고, 이 희망은 내 마음에 왠지 모를 전율을 주었다. 이제 비로소 조금 환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마음 한구석에서 꽃폈기 때문일까? 느낌이 사라진 적막하고 고요한, 우울한 쟂빛 시간을 바탕으로 한 말이기 때문일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인 필, 나는 이 책의 전제인 기계의 지배라는 디스토피아적 사회가 워낙 신기할 뿐만 아니라 필 단계를 정해 주는 필 프로그램이 굉장히 독창적인 생각이었고, 흥미로웠다는 것을 인정한다. 고로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에게, 특히 미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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