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제한 상품은 성인 인증 후 작성 가능합니다.
인증 하시겠습니까?
공지사항
공지사항
[금상] 오늘보다 평등한 내일을 꿈꾸며
- 작성일
- 2022.05.24
오늘보다 평등한 내일을 꿈꾸며
고래동 천 원 공부방 / 상상의집
부산해송초등학교 초등학교 5학년 3반 김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크고 작은 불평등이 존재한다.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여성 차별, 장애인 차별, 외모 차별, 직업 차별, 인종 차별, 종교 차별, 국적 차별 등 차별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이 모든 차별은 다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학생인 나로서는 교육 차별이 가장 심각하게 느껴진다. 교육이야말로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꺼내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바다시 푸르구 고래동이라는 지역인데, 고래동에는 부자들이 사는 머리마을(머리말)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꼬리마을(꼬리말)이 있다. 머리말 아이들과 꼬리말 아이들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같이 뛰어놀며 평등하게 지내지만, 시험 점수로 인해 갈등을 빚게 된다. 학원을 많이 다니고 과외도 틈틈이 받는 머리말 아이들의 시험 성적이 월등히 좋았기 때문이다. 머리말 아이들은 자기들이 놀지도 못하고 공부해서 정정당당하게 얻은 성적이라고 공부도 '안'하는 너희가 성적이 높길 바라는 건 놀부 심보 아니냐고 주장한다. 반면 꼬리말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거나 겨우 하나밖에 못 다니는 형편이라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 꼬리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다는 친구도 사교육을 많이 받는 머리말 친구들에게 성적이 뒤처지고 만다.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자신들에게 놀부 심보라고 말하는 머리말 아이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나는 두 마을 아이들 각각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었다. 그리고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시켜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머리말 아이들의 잘못도,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학원을 못 다니는 꼬리말 아이들의 잘못도 아니니까 말이다. 진짜 잘못은 교육의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게 돌아가는 우리 사회인 것 같다.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톱니바퀴 말이다.
어느 날 고래동에 가난한 꼬리말 아이들을 위한 '천 원 공부방'이 생기게 된다. 이 공부방을 운영하는 할쌤은 자신의 공부방에 머리말 아이들은 받지 않고, 꼬리말 아이들만 받으신다. 천 원 공부방은 굉장히 특이하다. 매일 하루에 천 원만 내면 몇 시간이고, 몇 과목이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 수업 방식도 독특한데 다른 학원들처럼 선생님이 칠판 앞에 서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다. 오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할쌤이 묻고 학생들은 답하는 게 전부다. 그러다 보니 꼬리말 아이들은 대답을 잘하기 위해 학교에서 굉장히 열심히 수업을 듣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천 원 공부방은 예습을 하는 학원이 아니라 복습을 하는 학원이라는 점 말이다. 요즘은 선행학습이라고 하며 학교 수업에 비해 너무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 있는 학원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끼리도 누가 더 높은 학년의 수업을 미리 배우는지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실력이 좋으면 더 높은 단계의 수업을 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는 태도인 것 같다.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은 학교 수업을 시시하다고 생각해서 제대로 듣지 않으니 수업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다. 반대로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학교 수업이 전부일 텐데 그 아이들은 좋지 않은 수업 분위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나도 국어, 영어, 수학 중요한 과목들은 모두 사교육을 받고 있는데 혹시 내가 학교 수업을 대충 듣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진 않은지 내 태도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천 원 공부방에서 열심히 복습하는 꼬리말 아이들의 성적은 쑥쑥 오르게 된다. 그러자 자신들을 받아주지 않는 머리말 학부모들은 합심해서 천 원 공부방을 비난하고, 심지어는 머리말에 사는 이랑이 엄마가 천 원 공부방을 폐업시키기까지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꼬리말 아이들은 자기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면 안 된다는 출입금지 팻말까지 세워둔다. 이 장면을 봤을 때 진짜 어른들이 하는 행동이 맞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우리 아이들보다도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든다고 다 멋진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이랑이 엄마처럼 못난 어른이 아니라,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교육의 평등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할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라는 건 우리들도 다 안다.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서 '자낳괴'라는 신조어도 자주 쓴다. 자낳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뜻이다. 평소에 돈 밝히는 친구들을 놀릴 때 재미 삼아 쓰던 말인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자낳괴들이 있는지 좀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분별한 경쟁과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성공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보이는 계급은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계급이 금수저, 흙수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회니까 말이다. 그속에서 사실 완전한 평등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돈이 최고인 줄 아는 자낳괴와 거만한 금수저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며 살아가는 인생은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인데 경쟁만 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 5학년들도 알만큼 다 안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 그래도 에전보다는 훨씬 더 평등한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안다. 이제는 내가 그 작은 목소리를 내고 싶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교육의 평등을 꿈꿨던 할쌤처럼 말이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 노래로 울려 퍼질 때 우리의 세상은 서서히 바뀌게 될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평등한 내일을 우리의 목소리로 만들고 싶다.
이전글
[금상]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있으면 한밤중 달빛 식당으로 오세요!
2022.05.24다음글
[금상] 실천으로 이루어가는 진정한 나의 꿈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