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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있으면 한밤중 달빛 식당으로 오세요!

작성일
2022.05.24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있으면 한밤중 달빛 식당으로 오세요!


한밤중 달빛 식당 / 비룡소


경기 부천 석천 초등학교 4학년 2반 유은*


나쁜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면 정말 행복할까?

 

얼마 전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다. 2019년부터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 19’ 전염병 때문에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시무룩해진 나에게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줄 테니골라보라고 하셨다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들을 구경하다가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있으면 한밤중 달빛 식당으로 오세요라고 소개하는 책을 발견했다.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나는 기대감에 얼른 책을 주문했다코로나 19 때문에 매일 마스크를 써야 해서 답답했던 일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마음껏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일주말에도 나가지 못했던 일집에서 뛰어놀다가 층간소음 때문에 혼났던 일먹기만 해서 자꾸 살쪘던 일까지 모두 지워버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책 속 주인공인 연우는 아빠와 단둘이 살았다하지만 매일 밤 술에 취해 있다가 아침이 되면 말없이 나가버리는 아빠 때문에 연우는 늘 혼자였다그러던 어느 날 밤홀로 남겨진 연우는 고압 철탑이 있던 언덕에서 한밤중 달빛 식당을 발견한다그곳은 나쁜 기억을 주면 여우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특별한 식당이었다연우는 친구 동호의 돈을 주워 마음대로 쓴 기억과 다른 나쁜 기억들을 내어주고 음식을 먹는다.

 

그런데 연우에게 계속해서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동호는 도둑 새끼라며 자꾸만 연우를 몰아붙이고아빠는 엄마가 작년에 죽었다며 알 수 없는 말을 하고엄마를 기억하려고만 하면 머리가 아파 왔다연우는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 만났던 술 취한 아저씨를 떠올렸다나쁜 기억을 잔뜩 내고 음식을 먹었는데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던 아저씨는 표정도 사라지고 자기가 누군지 어디서 사는지도 잊어버린 모습이었다.

 

정말 이상했다나쁜 기억이 사라졌는데왜 모두 힘들어 보이는 걸까나는 얼마 전에 보았던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라일리라는 아이의 감정을 제어하는 다섯 가지 감정 캐릭터가 나오는 이야기였다그 중 기쁨이라는 캐릭터는 라일리가 새로 이사한 집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자슬픈 기억은 라일리를 더 힘들게 할 뿐이라며 기쁜 기억만 보여주려고 한다하지만 라일리를 힘내게 해준 것은 슬프고 힘든 기억이었다그 기억 속에 슬플 때마다 위로해주던 가족과의 좋은 기억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그 속에 좋았던 기억들이 있었다집에서 놀꺼리를 찾아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숨어 있던 만들기 실력을 찾아냈고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던 공모전에 많이 참여해서 다양한 상도 받아보았다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같이 놀기도 하면서 쌓인 소중한 기억들이 있었는데 그 기억들을 잊고 있던 것이었다.

 

잘못을 깨달은 연우는 다시 한밤중 달빛 식당을 찾아가 나쁜 기억을 돌려받는다그리고 사랑해기억해!”라는 엄마의 마지막 말을 기억해낸다연우가 엄마와의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어쩌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나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연우가 모든 기억을 되찾고서야 창피함을 느끼고 동호에게 사과할 마음을 먹은 것처럼 그리고 연우에게 엄마 없이 사는 게 무서웠다며 고백하고 반성하는 아빠처럼 말이다늘 혼자였던 연우는 이제 아빠와 나란히 집으로 걸어간다.

 

나는 한밤중 달빛 식당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여름방학을 다 보내기도 전에 실망만 하고 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분명 이번에도 코로나 19’ 때문에 답답하고 따분할 테지만 그 속에도 충분히 좋은 기억들이 남을 수 있다그러니 핑계는 그만 대고 여름방학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해서 즐겁고 좋은 기억들이 가득한 여름방학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연우는 다행히 나쁜 기억 속 좋은 기억을 찾아냈지만술 취한 아저씨는 좋은 기억을 찾지 못하고 모든 기억을 잃었던 일 말이다내가 만약 한밤중 달빛 식당의 주인이 된다면손님들의 나쁜 기억 속에서 좋은 기억을 찾아주는 음식을 먼저 만들어주고 싶다그리고 음식값으로는 그 좋았던 기억에서 기쁨과 희망을 조금 받아다음 손님을 위한 음식 재료로 사용할 것이다그렇게 한밤중 달빛 식당을 찾은 모든 손님들이 기억을 잃는 일 없이 위로와 용기를 얻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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