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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같이의 가치
- 작성일
- 2022.05.24
같이의 가치
도서관을 훔친 아이 / 풀빛미디어
만약 내가 도서관을 훔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나는 도서관에 매일매일 가서 그곳에 있는 책들을 한 권도 빠짐없이 다 읽을 것이다. 또 나만의 비밀 공간으로 만들어 엄마 아빠의 잔소리와 숙제를 피해 도망갈 것이다. 그리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수업시간에 매번 딴짓하는 친구들을 책 좀 읽으라고 가둘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웃음 짓게 되는 도서관을 훔치는 일! 내가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 계기는 ‘도서관을 훔친 아이’라는 책 제목을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실제로 도서관을 훔친 게 맞는지, 맞다면 어떻게 그 커다란 도서관을 훔칠 수 있는지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을 품에 안고 책 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카밀로와 안드레스이다. 둘은 학교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 두 친구는 항상 대화를 나누고, 마을을 뛰어다니며 두터워진 굳은살처럼 단단하게 우정을 쌓아나갔다. 내가 만약 이 아이들이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구멍을 찾아 숨어들고 싶을 만큼 창피함을 느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가난해서 학교를 갈 수 없단 사실이 그만큼 부끄러운 일이니까 말이다. 또 나를 부끄럽게 만든 부모님을 원망했을 텐데 안드레스와 카밀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순수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매일 술에 취해 엄마와 자신을 때리는 카밀로의 아빠는 카밀로의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인물이다. 아빠는 심지어 돈도 주지 않고 카밀로에게 자신이 마실 술을 사오라고 명령했다. 사오지 않으면 죽일 거라고 협박도 했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할 때마다 마음이 벅차다고 들었는데 카밀로의 아빠는 진짜 아빠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지우개를 들고 책 속으로 들어가 아빠라는 존재를 흔적도 없이 빡빡 지우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카밀로의 불행도 지워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카밀로에게는 그런 지우개가 없어서 아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아직 어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아빠의 말을 듣는 것뿐일 테니까. 아빠의 말을 거역했을 때 날아오는 주먹을 이겨내기에 카밀로는 너무 어리고 또 여렸다. 결국 카밀로는 친구 안드레스와 함께 동네에 새로 생긴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책을 훔쳐서 판 돈으로 아빠의 술값을 마련한 것이다. 카밀로는 이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자 자신은 커서 도둑이 될 거라는 말까지 하게 된다.
나는 이때 펑펑 울었다. 카밀로가 나쁜 아빠에게 맞았을 때도, 학교를 다니지 못한단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집이 너무 허름해서 비가 올 때마다 벽이 드러난다는 내용을 읽었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었는데, 꿈이 도둑이라는 말을 듣고는 눈물이 쏟아졌다. 세상에는 얼마나 반짝반짝한 직업이 많은지 모른다. 내 마음속 방 한 칸에는 ‘꿈방’이 있는데, 그 방에서는 하늘에 수놓은 별들의 수만큼, 바닷가에 반짝이는 모래알의 수만큼 많은 꿈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뽐내며 자리 잡고 있다. 뮤지컬 배우, 연예인, 유투버, 요리사, 발레리나, 선생님, 작가, 디자이너 등. 하지만 그 넓은 방에서도 ‘도둑’에게 내줄 자리는 없다. 아마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훌륭한 여러 직업들을 마다하고 도둑이라는 꿈을 키우는 카밀로는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아마 카밀로가 사는 세상이, 그리고 가난한 생활이 카밀로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책을 훔치고 꿈이 도둑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꿈조차 자유롭게 꿀 수 없는 카밀로가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내가 그렇게 울었나 보다.
슬픈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카밀로의 친구 안드레스도 그런 카밀로를 원망하고 비난했다. 알고 보니 안드레스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도둑이라서 안드레스는 더욱 도둑들을 증오하고 있었다. 도둑질을 해서 감옥까지 다녀온 가족들을 보고 자란 안드레스는 세상에 하나뿐인 친구마저 도둑이 된다고 말하니 얼마나 마음이 찢어졌을까. 하지만 그 상처 많은 가슴을 단단히 부여잡고 안드레스는 친구 카밀로의 곁을 지켜준다. 보통 도둑질하는 친구 옆에는 아무도 가지 않는데, 그런 카밀로 옆을 지키는 안드레스는 나에게 진짜 우정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나에게도 안드레스 같은 친구가 있다. 내 친구는 항상 잘 웃고, 마치 언니처럼 나를 배려해준다. 친구가 나에게 베풀어 줄 때면 나도 친구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엄마가 내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예원아, 너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친구를 사귀렴.” 나는 엄마가 바라신 것처럼 그렇게 고마운 친구를 만난 것이다.
가난이 슬프고, 도둑질이 괴롭고,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카밀로는 절망하지 않는다. 아마 자신의 곁에는 언제까지고 안드레스가 함께일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처음에 상상한 것처럼 도서관을 훔치는 흥미진진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두 친구를 통해 훨씬 더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서로가 함께 나눈 대화를 통해서, 또 많은 계절을 함께 겪으면서 더욱더 단단해질 우정이 우리를 지켜줄 방패막이 되어줄 거란 사실을 말이다.
나는 이제 카밀로와 안드레스를 걱정하지 않는다.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들이 쌓일수록 둘은 점점 강해질 테니까. 내가 내 친구 덕분에 더욱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순간들처럼 말이다. ‘우정은 꽃잎 하나하나마다 향기를 풍기는 장미꽃’이라는 명언이 있다. 카밀로와 안드레스의 우정이, 나와 내 친구의 우정이,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우정들이 풍겨낼 향기로 가득 찰 세상이 우리 앞에 꽃밭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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