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의 시들을 읽어 가던 중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처음 몇 편이거니 하면서 계속 그의 시들을 읽어 나갔지만, 나의 놀라움은 멈출 줄 몰랐다. 그때 나의 놀라움, 경이로움, 그의 시를 읽어나갈 때 내 안에서 일어났던 은혜의 감동과 성령의 터치…. 이런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시들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나는 해설의 제목을 정하기가 막막했다. 아니 몹시 힘들었다. 로마서가 떠올랐고, 시편이 떠올랐고, 십자가 사랑,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피파니(Epipany)라는 문학적 용어가 떠올랐다.
이 네 가지 개념들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쉽사리 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런 사정으로 시집 해설 제목을 정해 달라고 어디론가 청탁을 넣었는데, 다음 날 새벽인가 응답이 왔다. 그래도 쉽게 완성될 조합은 아니었다. 한참 씨름 끝에 마침내 해설 제목이 정해졌다.
‘로마서 악보에 맞춰, 시편 음조로 노래하는, 사랑의 에피파니(Epipany)’. 짧지 않은 고심 끝에 제목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해설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목이 정해지자마자 글의 틀이 완성된 경우는 아마도 나의 글쓰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사건이리라.
-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목사, 박남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