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브라이언 윌슨(Julia Bryan-Wilson)의 『미술노동자(Art Workers)』는 미술사와 노동이론을 연결하고, 베트남전쟁기 미국의 미술과 정치 모두에서 중요했던 미술노동을 묘사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례연구 방식을 취해, ‘미술’과 ‘노동’을 한곳에 두고 네 명의 미술인이 벌인 급진적 실천들을 소개한다. 칼 안드레의 미니멀리즘, 로버트 모리스의 프로세스 아트, 루시 리파드의 페미니즘 비평, 그리고 한스 하케의 개념미술까지, 이들의 작업을 개별적으로 또 미술노동자연합이라는 집단 정체성 안에서 분석한다. 이때 ‘미술노동자’라는 범주는 명확한 계급을 규정하기보다는, 노동과 화해를 시도했던 1960-1970년대 미술의 행동주의적 양상을 다각도로 풀어내는 열쇠가 된다. 파업, 시위 같은 미술관 권력을 향한 저항뿐만 아니라 공예, 저널리즘, 퍼포먼스 등으로 뻗어나갔던 당시 미술의 양상을 서술하면서 저자는 때때로 불거지는 미술과 노동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낸다. 그들이 몸소 보여주었던 실천들은 미술의 생산과 노동, 나아가 미술노동자라는 정체성의 딜레마를 사유하게 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물음들을 남겨 놓는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미술노동자연합의 탄생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1장과 구체적으로 네 명의 미술인을 작품과 함께 분석하는 나머지 4개의 장으로 구분된다. 저자의 밀도 높은 자료조사로, 스미스소니언협회 미국미술아카이브 등에 보관되어 있는 당시 미술노동자연합의 공청회 녹취록을 비롯해 미술인들의 작품 103점이 수록되어 연구 배경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책끝에는 ‘미술노동’ 용어의 번역 과정과 한국의 용례를 제시하는 「옮긴이의 말」 그리고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개념 등을 정리한 찾아보기를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