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형광등, 깡통 수프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 전후 현대미술사의 재구성
고흐의 [해바라기]가 300억 원이라면 모두들 수긍하지만, 청계천에 놓인 클라스 올든버그의 작품 [스프링]이 30억 원이라면 바로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과거의 예술작품에 비해 외형이 단순하고 빈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현대미술은 좀처럼 쉽게 감동을 주거나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 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미니멀리즘의 ‘형광등’, 앤디 워홀의 ‘깡통 수프’ 그리고 플럭서스의 ‘알약’까지, 이름만 들어도 난해한 현대미술의 세계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그 흐름을 명쾌하게 살필 수 있도록 지형도를 그려주는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잭슨 폴록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제2차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룬다. ‘제1차 모더니즘’이 실질적으로 정치운동과 그 맥락을 함께했다면, 종전 후 세계 미술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며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생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술의 탈정치화’다. 예술이 공개적인 사회적 표현을 삼가는 대신 개인의 자유를 표방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서 마르셀 뒤샹이 변기에 사인을 하면서 제도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전전(戰前) 모더니즘의 흐름은, 1940~1960년대 네오 모던에 이르러 그 일탈마저 규칙이 되고 제도화되고 말았다. ‘진정한 새로움’을 선언했던 모더니즘 예술과 달리, 오늘날의 예술에는 특정한 예술 양식이 없다. 진중권은 이렇게 난해한 현대미술의 예술사적 의미와 그 맥락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비평가의 ‘평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