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런던에서 이루어진
어느 그래픽 디자이너와 미술관의 협업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 리처드 홀리스와 화이트채플 미술 갤러리의 협업을 담은 『리처드 홀리스, 화이트채플을 디자인하다』가 출간되었다. 한 디자이너의 작업을 특정 시기, 특정 의뢰처에 집중해 다룬 이 책은, 그동안 그래픽 디자인을 서술한 많은 책들이 왜 그리 지루했는지 극적으로 보여 준다.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사회적 활동으로서 그래픽 디자인이 그에 맞는 인물, 사건, 배경을 제대로 갖추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기대 이상이다.
한 디자이너의 평전이자, 한 기관의 기록이자, 특정 시기 그래픽 디자인사로도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나아가 보편적인 그래픽 디자인 접근법을 익히는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 “홀리스가 화이트채플 디자인에 적용한 접근법은 여전히 실천할 수 있고, 조건도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아는 의뢰인, (창의적인 것 이상으로) 순발력 좋고 학식 풍부하며 주어진 정보와 제약에 유연히 대처할 줄 아는 디자이너, 그리고 의뢰인과 디자이너와 일반인이 사회적 과정을 함께 밟아 나갈 얼마간의 시간이 그런 조건이다.” 역자가 밝히듯 “리처드 홀리스가 화이트채플과 함께 거둔 예외적 성취는 그래픽 디자인의 보편적 실존을 구체적으로 예증하는─특히나 생생하고 탁월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형적인─사례”로서 한 편의 드라마 이상의 감흥을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