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을 통한 삶의 성찰중요한 것은 현상, 즉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나타남의 행위’에 있다프랑스 현상학자 중 가장 ‘근본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미셸 앙리는 그의 철학적 성과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이다. 국내 첫 역서인 『물질 현상학』을 통해 후설의 ‘지각 현상학’과 구별되는 논점을 제시했다. 종래 현상학이 가시적인 현상들, 지각할 수 있는 대상들을 중시했던 것에 반해, 앙리는 ‘실재’의 영역까지 현상학의 범위로 확장한다. 더 나아가서 절대적 진리 탐구에 매진하기보다는 현상학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육화, 살의 철학』에서 앙리는 고전 현상학이 중시하는 ‘존재론적 일원론’을 비판하면서 ‘나타남의 이중성’에 대해 논한다. 그는 ‘신체corps’와 ‘살chair’을 의미적으로 구분하면서 ‘스스로 자기를 느끼고, 고통을 견디고, 자기를 감내’하는 살은 돌멩이처럼 객관화가 가능한 대상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앙리는 살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자기 외부와의 능동적이고 감각적인 소통의 결과로 보고 있다. 미셸 앙리의 현상학은 고전 현상학이 거부했던 ‘말씀’과 ‘살’의 관계를 부각시킨다. 고전 현상학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비가시적인 ‘물질’과도 같은 살을 가시적이고 명징한 절대적 진리인 ‘말씀’과 엄격히 구별하면서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앙리는 그런 고전 현상학의 관점을 비판한다. 그는 고전 현상학이 절대적 진리로 인식하는 그 말씀이 어디서 오는지, 후설의 현상학에서 중심이 되는 ‘지향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명징하게 논증되지 못했다고 역설하면서 ‘말씀은 살로부터 나온다’는 그의 논의를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