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자 맞춤형 문장가 니시카와 미와의 스포츠 산문집
“스포츠는 공정하다. 비정하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를 본다”
영화 각본부터 소설, 산문까지 어떤 종류의 글이든 적확한 단어 사용과 아름다운 문장 구사로 장르에 맞춤한 글쓰기를 선보여온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이를 증명하듯 각종 영화제와 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며 단순히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하는’ 사람임을 각인시켰다. 마음산책은 영화감독이라는 일에 대해 깊이 있고 진중하게 써 내려간 산문집 『고독한 직업』과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를 연달아 출간하며 문장가 니시카와 미와의 톡톡한 글맛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야구에도 3번의 기회가 있다는데』(원제 『멀리 있기에遠きにありて)』는 ‘스포츠’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 목록 가운데 유독 도드라지는 책으로, 전문적인 취재나 인터뷰 대신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경기를 관전하며 느끼고 생각한 바를 쓴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의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껴안은 갈등과 스포츠를 관전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겪는 갈등”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이는 글쓰기가 가능했던 이유다.
야구광으로 유명한 니시카와의 관심 분야는 야구를 넘어 올림픽, 패럴림픽, 축구, 농구, 테니스, 럭비, 스모, 체조, 마라톤 등 인기-비인기 종목을 아우른다. 책에는 온갖 스포츠를 배웠지만 운동치에 가까웠던 유년 시절부터 매번 휘둘리고 실망하면서도 결코 야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니시카와를 흥분시키고 감동케 했던 관전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는 스포츠를 보면서 느낀 벅찬 감동과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 선수들을 향한 경외심에서 표절 논란, 기후 위기, 국제분쟁 등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생각을 확장시켜나간다. 영화감독의 눈으로 바라본 서른두 편의 관전기는 짜릿하고 통쾌한 감각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 하지만 금메달이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도 조금 더 보고 싶다. 영화도 해피엔드의 종류는 몇 가지로 한정되나 해피엔드에 이르기까지는 오만 갈래의 선택지가 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피엔드를 보여주면 될 것 같지만 그게 아닌 이유는, 그렇지 않은 오만 갈래의 길 속에 보다 감동적인 드라마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5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