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깊으마 물도 안 마르고, 숲도 짙고”
숨이 멎을 만큼 눈부시던 미영밭을 가득 메운 솜꽃처럼 포근하고 따뜻했던 시간.
다 늦게 따 먹는 다래처럼 매캐하게 아리던 순간들도 없지 않았다.
때로는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던 말캉한 두부 덩어리처럼 뜨겁기도 했지.
야야를 장하게 키운 그 날들.
마을과 식구들, 그 포실한 그늘 아래서 언젠가 새촙던 봄날.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타고난 이야기꾼 박선미의 첫 산문집
박선미는 2006년 살아온 이야기를 재불재불 맛깔나게 되짚어 쓴 책 『달걀 한 개』로 작가로서 삶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속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로 『산나리』와 『욕 시험』, 『앉을 자리』를 더 썼고, 『욕 시험』으로는 2009년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상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오롯이 담긴 ‘귀에 솔깃한 이야기’들로 옛이야기와 소설에 머물던 우리 이야기 문학의 자리를 넓히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우리 시대의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한 작가 박선미가 그 동안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보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에 발표해 온 산문들을 처음으로 묶었다. 스무 해 가까운 시간 동안 시나브로 쌓인 이야기 스물한 편에는, 잊은 듯이 때던 그 뭉근한 불이 조려 낸 조청처럼 깊고 은근한 맛이 배어 있다.
새촙다 '새촙다' '새칩다' '새첩다' 따위로 고장에 따라 조금씩 소리를 달리하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모양새를 이를 때 쓰는 경상도 말이다, "감 이파리가 참 새촙게 올라오네." "고놈 강생이 참 새칩네."처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