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짱 거짓말로 버무려 낸
학교라는 장소에 관한 날카로운 풍자
“학교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쓰레기통에 쏟아버려라.”
-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파 점성술사 콤모도스 베르길리우스, 기원전 5세기
설흔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학교라고는 다녀 본 일이 없는 것처럼』은 ‘학교’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을 ‘픽션’이라는 도구로 능란하게 버무린 독특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위와 같은 불온한 경구로 시작한다. 베르길리우스는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지만, 실제로 위와 같은 말을 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그는 조로아스터파 점성술사도 아니다. 이 소설의 매 챕터는 학교와 관련한 경구로 시작되는데, 출처는 물론이고 진위도 신뢰하기 어렵다. “미얀마풍 금박불당 건축업자 프리드리히 에디슨”이라든가 “신라에 귀화한 네덜란드 홍이포 제조업자 처용 맥베스”라든가 “나일강 남부 유역 파피루스 관리자 압둘 파스칼” 등의 인물들은 허구와 실재를 마구 뒤섞어 놓은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학교라는 장소 역시 의심쩍기는 마찬가지. “지난 2년간 존재하지 않았던 복도 끝에” 갑자기 나타난 “공무실(空無室)”이라든가, “시간 구멍이 뚫린 교실”, 운동장 한가운데서 발견되는 미스터리한 타임캡슐 등은 이 소설이 ‘말짱 거짓말’임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거짓말이 어쩐지 현실보다 더 소스라치게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