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세대의 필독서 가운데 하나였던 소설 『바다의 침묵』에서, 베르코르(Vercors)는 프랑스 문학이 다른 나라의 문학에 비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암시하는 대목 하나를 보여준다. 프랑스인 가정에 머물던 독일군 장교는 다른 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작가가 금방 연상된다는 것을 우선 이야기한다. 누구나 영국하면 셰익스피어, 독일의 경우는 괴테, 이탈리아의 단테, 스페인의 세르반테스를 떠올리지만, 무수한 프랑스 작가들 가운데 누구를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통해, 그는 프랑스 문학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자문하게 만든다. 독일군 장교의 말처럼, 프랑스 문학에서 단 한 명의 특별한 작가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면면히 이어진 프랑스 문학의 흐름에서 무엇 때문에 으뜸가는 작가 혹은 대표적인 작품을 거론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지는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총 13장으로 중세와 16세기, 18세기 각 시대의 대표 작품과 작가들을 살펴본다. 책의 전 부분에 걸쳐 독자들은 프랑스 문학의 부단한 노력이 만든 ‘전통’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세 문학에서부터 ‘인간’과 그 내면에 대한 탐구를 이어나간 프랑수아 비용과 샤를 도를레앙, 더 나아가 16세기에 이르면 개인과 집단, 사회에 관한 관찰과 분석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을 클레랑 마로, 라블레 등의 작품에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어지는 17세기 고전주의 작품들에서는 ‘영웅’에 대한 인식, 말과 사물의 깊이, 정념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불행들과 비극적 결과를 검토하고 숙고하는 등 풍부한 구성으로 이 책은 독자들을 맞는다.
또한 이 책은 빈번히 이야기되는 몇몇 작가와 작품들, 특정 세기의 문학 사조들을 연대기적인 순서에 따라 서술하던 기존의 문학사 서술 방식을 벗어남으로써, 프랑스 문학을 접하게 될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통해 프랑스 문학의 유구한 전통과 특징적인 면면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