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피아니스트는 얼마나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하는가
조너선 비스의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음악과 삶’의 관계를 느끼게 해주는 진귀한 책이다.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자 출판사를 끼지 않고 자신의 글을 직접 출간한 에세이스트인 비스는 음악 지식과 시적인 문장과 고독한 영혼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나 슈만의 [새벽의 노래]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표현하기 위해 ‘음악에 관한 글’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그는 곡의 구조를 분석하고, 악보 속에 담긴 문학적인 메시지를 알려 주면서 명곡이 가진 매력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은 비스 자신의 지난날들과 이어진다. 그는 직업 피아니스트로서 얼마나 열렬히 음악을 파고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열성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삶의 문제를 연관시킨다.
피아노 음악을 사랑하는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특히 베토벤과 슈만을 이해하는 소중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피아니스트의 작업 과정, 즉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고뇌하는 순간들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이 있다. 답이 주어지지 않고 독자들에게 남겨질 그 질문은 사랑에 관한 것이다. 이 수수께끼가 독자들의 마음속에 머무는 동안,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한 피아니스트의 삶을 넘어서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숙제를 밝힌다. 만약 좋은 에세이가 ‘작은 삶의 조각을 통해 잠시나마 세상 전체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면, 이 책도 거기에 속한다. 그렇게, 음악과 삶을 동시에 좋아하거나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는 잊지 못할 책으로 남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