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통쾌 상쾌, 짧고 까칠한 촌철살인의 처세록
─ 박제영 산문집 『100억을 말아잡수신 우리 동네 현식이 형』
춘천에서 활동 중인 박제영 시인이 『100억을 말아잡수신 우리 동네 현식이 형』이라는 독특한 산문집을 냈다. 제목도 독특하고, 내용도 독특하고 형식도 독특하다. 시의 형식을 빌린 박제영 시인의 짧은 글과 역시 춘천에서 활동 중인 김준철 화가의 만화 같은 그림이 어우러진 이번 산문집은 어찌 보면 시화집 같고, 어찌 보면 만화 같고, 또 어찌 보면 단편 시나리오집 같기도 하다. 아무튼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저절로 유쾌 통쾌 상쾌하다. 출퇴근 길에 읽는다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거나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을 그런 산문집이다.
주인공인 ‘우리 동네 현식이 형’ 그러니까 김현식이라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책 속에서는 그의 약력을 이렇게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B급 잡지나 장난감, 오래된 물건을 모으고, 일주일에 열 권 정도 책을 읽는다. 돈은 벌 만큼 벌어봤고 쓸 만큼 써봤으니 이제 소설을 쓸 만큼 써보고 싶다. 1982년 『소설문학』으로 등단하였고, 월간 『태백』 발행인을 역임했다. 정선태 국민대 교수와 공편저로 『‘삐라’로 듣는 해방 직후의 목소리』(소명출판, 2011), 장편소설로 『북에서 왔시다』(달아실, 2018)가 있고, 필명으로 몇 권의 소설을 썼다.” 사실 소설가, 기업가, 수집가, 문화기획자 등 김현식에게 붙는 수식어는 한둘이 아니다. 춘천에서 김현식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무척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정작 김현식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옥수저로 태어난 (춘천의 옥광산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금수저보다 높은 옥수저 아닌가) 김현식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제멋에 겨워 제멋대로 살아온 사람이다. 춘천 사람들은 그런 겉모습만 보고 김현식을 안다고 한다. 그들이 아는 김현식은 그러니까 ‘안하무인 부잣집 망나니’일 뿐이다.
김현식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알면서도, 뻔히 망할 줄 알면서도 문화사업에 수백억을 쏟아 붓고 마침내 수백억을 날리고서도 눈 하나 깜작하지 않는 사람이란 것은, 지역의 예술인들에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온 사람이란 것은 정작 모른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소설을 쓰고 월간 『태백』이라는 문화예술잡지를 발행하고, 데미안이라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서점(서점이라기보다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했던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저자인 박제영 시인은 김현식의 그런 진면목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는 낯설지만 새로운 시선과 불편하지만 새로운 사고의 틀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일화와 촌철살인의 풍자를 통해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성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