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국교정상화는 제국/식민지 체제 해체 이후 단절되었던 양국 관계가 냉전이라는 신질서 속에서 재개를 맞이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따라서 이후의 한일관계는 국교정상화를 위해 체결한 기본조약 및 네 개 협정에 기초한다는 의미에서 1965년 체제(줄여서 65년 체제) 또는 한일기본조약 체제로 불리어 왔다. 그러나 역사 문제를 발단으로 경제, 안보 측면을 포함한 한일관계의 총체적인 국면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 65년 체제는 양국의 협력관계를 지탱하는 동력원으로서의 효력을 점차 상실하고, 역으로 양자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65년 체제가 경제ㆍ안보 협력을 통한 한일 양국의 ‘결속’을 의미하는 한편으로, 제국/식민지 역사와 그 역사 속 희생자들을 외면한 채 과거를 청산해버린 결과, 상대국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과 적의, 무관심과 몰이해 등을 고착화시킨 ‘분할’의 체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분할’의 시발점으로 소행하여, 현해탄의 경계를 가로지른 1960~70년대의 문학적 상상력에 주목하고자 한다. 즉, 이 책에서는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수립을 전후하여 발표된 한국의 문학 텍스트들, 그 가운데서도 한일관계의 냉전적 재편을 모티브로 취한 텍스트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