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전국의 누정들은 ‘홍수 나면 마실 물이 없다!’ 속담처럼 많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된 이후, 방방곡곡마다 경쟁적으로 복원되었다. 박제된 정자와 서원, 박쥐똥 그득한 누정들, 영화세트장보다 못한 누정들도 부지기수다. 이 책은 낙동강 누정 답사기다. 옛 詩를 실마리로 낙동강 7백리 나들이 길, 이번에는 김해, 양산천, 밀양강, 남강 편까지 절반만 다루었다. 강변 누각과 정자마다 발품을 팔았고 곳곳마다 풍월주의 사연, 창건기, 중건기에 숨어있던 비화까지 찾아내었다.
이 책은 누정들을 단순히 풍류 공간, 힐링 공간으로 풀지 않았다. 누정의 빛과 그늘, 풍광 너머 누정들의 뿌리와 줄기를 더듬었다. 나라 예산만 축내는 허울 좋은 문화유산 누정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를 통한 정자다운 정자 되살리기까지 제안하고 있다. 시인은 정공법보다는 에둘러 메치는 비유법을 쓴다. 간간이 폭소를 자아내는 박하 시인 특유의 풍자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