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첩 시인선 47번으로 진창윤 시인의 시집 『달 칼라 현상소』가 출간됐다. 진창윤의 시는 세상에 있는 것들이 아니라 없는 것에 대해 말함으로써 이 세계를 해명한다.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육체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영적 능력이며, ‘판타지아’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판타지아(phantasia)’는 환상이나 공상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수용된 대상들에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결합하여 하나의 그림과 같은 판타스마(phantasma)를 구성하는 것이다. 화가로 활동하다 오랜 습작기를 거쳐 등단한 진창윤 시인은 사라지는 찰나의 시간을 잡아두려 하는 그림과 문학의 공통된 욕망이 만나는 자리를 알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