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게 발굴하는 삶의 얼굴
육근상 네 번째 시집, 『여우』
제12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시인, 육근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절창』, 『만개』, 『우술 필담』에 이어, 삶의 현장에 뿌리내린 다양한 구어체 방언으로 자연과 구체적인 생활을 그려내는 육근상 시인의 특징이 다시 한 번 잘 드러나는 시집이다. 충청도 사투리 말바탕에 대전 지역의 영남, 호남 말이 섞여 리듬을 이룬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중에 해방 후 6·25 전쟁통에 월남한 사람들 말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 시집에는 여러 지명들이 등장하는데, “청령 끝 방앗간집”(「모개」), “부소무늬”(「수국」), “평박골”(「달가락지」), “어부동”(「어떤 저녁」), “애미고개”(「첫사랑」) 등의 “이 숱한 마을, 고개, 들판 같은 이름들이, ‘땅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삶의 사연을 품에 안고 이 ‘이야기 시’의 주인공 역할을 한다.”(「해설」) 「살림」 연작에서는 산문 형식을 갖추면서 구어口語를 통해 생활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해학적인 어투와 노랫가락처럼 이어지는 사투리의 향연은, 삶의 현장에 뿌리내린 시정신을 구현하는 동시에 개인 방언으로서의 시적 문체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