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는 사랑에 빠질 것이다.
해본 적 없는 말을 쏟아낼 것이다.”
읽고 나면 기어코 쓴 사람을 찾아내게 만드는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찾아내게도 만든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려는 듯이, 살지 않은 삶을 살아보려는 듯이 탐닉에 가까운 독서를 하게 만든다. 『사랑의 은어』는 지난 몇 해간 쓰인 산문들을 엮은 서한나의 첫 단독 저서다. 대전에서 잡지 『보슈BOSHU』를 만들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공저 『피리 부는 여자들』(BOSHU, 2020)과 『한겨레』 칼럼 ‘서울 말고’, 메일링 서비스 ‘잡문프로젝트’를 발행하는 동안 써온 글들이 그렇게 읽혔다. “몇 번이나 울면서 읽었”고(임승유), “잠을 못 잤다”(이슬아)는 추천의 말들이 증언하듯, 독자는 어떤 열렬함 속에서 그의 글을 만나왔다.
지겨운 쪽이든 그리운 쪽이든, 익숙하게 여겨온 것들은 낯선 모습을 하고 이 책에 다시 나타난다. 그 낯섦에 따라붙는 기이함과 정다움은 늘 보아왔지만 짐짓 못 본체 지나온 것들을 작정이라도 한 듯 불러다놓고 주시함으로써 저자가 만들어낸 감각이다. 오늘의 한국이라는 비애와 부조리, 잊힐 수 없는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동요를 차곡차곡 가라앉힌 다음 그가 다른 무엇으로 길어 올린 말들은, 일단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이들에게는 ‘은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번에 알아들을 경험으로 제시된다. 쓰는 사람들 입에 빈번하게 오르내리던 은어는 더 넓은 세계에서 인식되고 회자될 때 비로소 그것이 은어였음이 자명해진다. 또 바로 그 순간부터 더는 은어가 아니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 바로 그런 역설의 운명을 지우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