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해운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을 꼽으라면 컨테이너화와 편의치적선의 등장일 것이다. 컨테이너화에 비하면 편의치적선의 급속한 성장이 세계경제에 끼친 영향은 작을 수 있겠다. 그러나 국제해운의 세계에서는 가장 큰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제무역을 담당하고 있는 화물선의 약 3분의 2가 편의치적선이라 하면 그것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주권국가와 선박 국적의 관계가 안정되기까지는 수세기가 필요했다. 선박에는 특정 국가가 국적을 부여하고 그 국가(旗國, 선적부여국)가 당해 선박을 관할하는 의무를 지게 되었다. 논리적으로는 간단명료하고 합리적이지만, 실제로는 선박에 국적을 부여하는 권한을 팔아 그것을 국가의 수입으로 충당하려는 작은 나라들이 나타나거나, 냉전의 한복판에서 그것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패권국가가 나타나거나 해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본서 『편의치적선과 국가』는 이 복잡한 현상을 밝히려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