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어른의 문답법

피코 버고지언, 제임스 린지 지음 / 홍한결 옮김 / 윌북

표지부터 보고 빠앙 터졌다! 개싸움을 지적 토론의 장으로 만든다니~~~ 내가 바로 개싸움의 주동자라서 얼굴이 후끈거렸다. 도덕관이 확고하고 고지식해서 약자가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물불 안 가리고 덤비기 일쑤 (그 약자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먼가 부당한 일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난리 난리를 치는 성격이었다. (과거형으로 말한 건 어제보단 조금 나은 내가 된 거 같은 기분에서) 회사 다닐 때도 이런 성격 때문에 많이 힘들었었다. 회의하다가 너무 화가 나서 뛰쳐나온 적도 있다. 주위 사람들은 성질을 죽여야 한다고.. 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적을 만들지 말라는 충고들을 많이 했었는데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난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 내가 옳음을 주장했었다. 마인드 자체가 약자에겐 한없이 부드럽게 강자에겐 한없이 매섭게였기 때문에 주로 회사에서도 상사들과 많이 부딪히곤 했었다.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면 난 더 크게 질렀고 상대방이 누군가를 은근히 괴롭히면 난 공개적으로 그 사람을 저격했다. 친구는 이런 날 잔다르크라고 놀렸다. 인생에 큰 좌절을 맛보고 그로 인해 회사까지 그만두고 쉬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동안 해온 수많은 싸움들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라는 회의감이 처음으로 들기 시작했다.

책으로 말하자면,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바와 같이 예시로 소크라테스가 많이 등장을 한다. 철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소크라테스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었다. 소크라테스를 좋아하지만 내가 그 시대에 살았어도 소크라테스의 질문들을 받으면 죽이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도 종종 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다시 한번 읽으니 소크라테스의 선한 의도와 목적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른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친구와는 종교,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 또한 정치색이 정말 분명해서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를 나눈 상대와 좋은 기분으로 대화를 종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요즘은 혐오 시대이기 때문에 논쟁할 거리가 너무나도 많고 신랑과도 페미니스트 문제로 엄청 많이 싸웠었다. 신랑뿐 아니라 내가 아는 남자들과는 한 번씩은 다 싸운 듯..

그래서 내린 결론은 "말을 말자"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확 바뀌었다. 그리고 배운 내용들을 (공부하듯이 읽었음!) 바로 친구 두 명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적용을 해 보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한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와 페미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는데 원래 내 성격대로라면 분명 감정이 상한 상태로 통화를 종료하였을 테지만 배운 대로 해보니 정말 유쾌하게 대화가 이어졌고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한 친구도 나의 의견에 동조를 하는 것이다!!!! 이럴 수가!!!! 그리고 또 한 친구는 가족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조건 공감을 해주었더니 친구가 한결 밝은 목소리로 다음을 기약하며 통화를 끝냈다.

책에서 금지한 끼어들기가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참았고 진심을 담아 질문을 했을 뿐인데 내 대화법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심지어 좋은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상담을 오래 해왔고 어느 정도 결과들이 좋아 상담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왜 사람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상담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 그리고 전문적인 대화까지 모두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책이었다.

인질범과 협상하는 내용도 나오는데 넷플릭스 종이의 집과 연관이 되어 흥미로웠다. 공부하듯이 읽었지만 재밌는 부분들이 곳곳에 숨어있었고 저자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지 내심 감탄했다. 다시 직장에 복귀를 언제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전에 생각날 때마다 읽고 올바른 대화 즐거운 대화를 위해 훈련하고 싶다.

p23 바람직한 대화의 기본 원리는 목표 인식하기, 협력 관계 조성하기, 라포르 형성하기, 상대방의 말 듣기, 내 안의 메신저 잠재우기, 상대방의 선의 명심하기, 대화를 끝낼 시점 판단하기이다.

p32 친구는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내 생각을 진지하게 고려해주는 사람이다.

p74 나와 도덕적 견해가 다른 상대의 신뢰를 얻으려면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특히 상대가 관심을 둔 가치에 나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p79 우리 인간은 대면 대화를 하도록 진화했다. 상대를 직접 마주 보고 대화하면 어조라든지 못짓이나 표정을 대개 쉽게 읽을 수 있다.

p99 예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면,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전환하면 된다.

p111 뜻깊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요소는 신뢰성, 친근함, 공감, 즐거운 대화, 배려와 호의, 진정성, 공통의 관심사,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 등이다.

p175 하지만 이라는 말은 아예 쓰지 말자. 대신 그리고 라고 하자.

p229 모든 대화는 세 가지를 동시에 다룬다고 생각하자. 사실(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감정(어떻게 느끼는가), 그리고 정체성(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가)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