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혁명은 과학과 이성의 빛으로 중세의 어두움을 밝혔지만, 진리의 모순과 시대의 우울이라는 깊은 음지 또한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크는 그 음지를 묘하게 비춰 주었다.
그늘도 없는 사막에 벌거벗겨진 우리의 삶, ‘오로지 성과’만을 위해 긍정의 자기최면을 작동시키기에 여념 없는 지금의 우리가 바로크를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17세기 서양 문화를 풍미했던 바로크 예술은 지나친 화려함과 귀족적인 사치스러움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게 배인 시대의 모순과 우울한 관능, 그로 인한 모호함의 개념성이 깔려 있다. 전능하던 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르네상스라는 인간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너무나도 낯설고 급격하게 전개되는 진리의 변화를 오롯이 수용할 수 없었던 불안감은 바로크라는 시대정신과 독특한 예술형식을 탄생시켰다.
고대 이래로 르네상스까지 예술의 본성은 이상과 숭고함을 추구했다. 하지만 바로크는 인간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의 리얼리티를 구현하였다. 현대로 이어지는 예술의 본질적인 초석,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것이다. 근대 이후 현대까지 이어지는 예술의 흐름 자체가 바로크 예술의 진화 과정인 셈이다. 바로크 이후 로코코로부터 시작된 아방가르드, 인상파, 입체파,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등 수많은 현대 예술의 사조는 결국 부분적으로 형식을 달리하는 바로크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