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글쓰기 그리고 여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소녀의 정체성 찾기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가 내 자신의 주인이다.”
“엄마에 대한 책을 쓸 것이다. 그리고 의붓아버지 바딤을 죽일 것이다.”
사샤는 두 가지 결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샤는 모스크바에서 독일로 왔고, 어린 두 동생과 쉐르벤파크에서 산다. 자의식이 강한 사샤는 직설적이고 건조한 어조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주변 환경, 행복과 자유와 부유함을 향한 절망적인 몸부림, 주변 사람들의 실패, 자기 자신의 분노와 반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리나 브론스키의 데뷔작 『쉐르벤파크』는 이민자의 글쓰기, 젠더 문제, 비극적 사건의 트라우마, 미성년의 성장 과정과 정체성 문제, 다문화 사회 통합 문제 등 매우 시의성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가 신진 여성 작가로서 독일과 미국에서 비상한 관심을 받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무명처럼 여겨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주민 문학’이 아직도 비주류 또는 소수 문학으로 치부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고 그와 관련한 수많은 이슈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사샤의 이야기는 통합 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소설 『쉐르벤파크』는 2008년 아스펙테 문학상과 2009년 독일 청소년문학상 후보작에 올랐다. 이어 2010년 슈투 트가르트 테아터하우스에서 공연되었고, 2013년에는 〈브로큰 글래스 파크(Broken Glass Park)〉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현재 독일 학교에서 읽기 교재로 채택되어 수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