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 인간과 세계의 틈을 벌리는 시인의 시선그 사이로 비로소 보이는 깊은 마음들, 시가 될 장면들유계영 시인의 첫 번째 에세이집유계영 시인의 첫 번째 에세이집 『꼭대기의 수줍음』이 민음사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으로 출간되었다. 2010년 데뷔한 유계영 시인은 이후 『온갖 것들의 낮』,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 등 네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슬픔 이후까지 시선을 뻗는 섬세한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유계영 시인은 왜 자신은 큰일에는 무감한데 작고 사소한 일에는 항상 가슴이 요동치는 것인지 반복해서 되묻는 사람이다. 자신을 향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책 『꼭대기의 수줍음』에는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마주침들이 가득하다. 이 만남들은 깊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다는 점에서는 작고 사소하지만, 한 사람 혹은 한 생명체를 이해하는 출발점이자 한 편의 시가 될지도 모를 장면들이라는 점에서는 결정적이고 특별하다. 책 제목 ‘꼭대기의 수줍음’은 높이 자란 나무들이 맨 아래의 식물들까지 빛을 볼 수 있도록 가지와 가지 사이에 틈을 벌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나무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유계영 시인의 시선을 닮았다. 큰 나무 사이로 스민 빛 덕분에 작은 풀들이 자라날 수 있듯, 시인의 시선은 삶의 작은 기척들이 한 편의 글로 쓰일 때까지 오래 살핀다. 『꼭대기의 수줍음』은 그렇게 완성된 글들의 첫 번째 화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