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아름다움을 향해 떠난 소년의 여정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에 비견되는러시아 퀴어문학의 고전미하일 쿠즈민의 『날개』는 러시아어로 쓰인 최초의 퀴어 소설이다. 지방 소도시 출신 소년이 대도시인 페테르부르크로 올라와 성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로 쓴 이 소설은 20기 초 러시아 사회에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문예지 [천칭자리]는 한 호 전체를 『날개』에 할애할 정도였다. 쿠즈민은 소설 발표 후 적잖은 성 소수자 청년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받았다고 한다. 일반 대중은 『날개』에서 당시 러시아 게이 사회의 성 풍속에 주목했다면, 당사자인 게이 청년들은 삶의 아름다움에의 초대를 발견한 것이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든 성 소수자들에게 바냐라는 평범하디 평범한 소년이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크게 한 발 내디디며 끝나는 이 소설은 많은 게이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날개』는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프루스트의 작품들과 비견되었으며, 오히려 그들의 작품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평가까지 받은 바 있다. 대다수 퀴어 소설에서 주인공이 방황 끝에 파멸을 맞이하는 것과 달리, 『날개』의 바냐는 자기 정체성의 발견에 머물지 않고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보여준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퀴어 소설이라는 틀에 갇혀서만 바라보지 않아도 될 만큼 『날개』는 아름다운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