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특이하다. 또 이것은 대단하다. 이것은 흔한 시집들의 오랜 구성을 무시한다. 어쩌다 1980년대 민중 문학 노선이 빌려온 집체 문예를 떠올리는가 하면 거기 또한 걸맞지 않다. 또 그 무렵 시도되었던 형태 파괴의 시들도 떠올려 준다. 시인 자신의 시와 시인이 가르치는 17세 앞뒤 청소년의 정규 수업에 내놓은 학생 시편이 임의로 배치되어 하나의 동굴 음향을 울려낸다. 전례 없는 종합이다. 여기에다 시인 자신의 작품과 작품론을 우직하게 아우르고 있다. 학생 시편에 대한 성인용 품평까지 덧붙인다. 시인의 모험적인 격자(格子) 시풍이 때로 파괴력을 행사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행간에는 드문드문 고고학적 도상(圖像)마저 곁들이는가 하면 칠판 낙서도 삽입한다. 또 있다. 학생들의 한시(漢詩)와 일본어 시간의 원어(原語) 하이쿠까지 등장하는데 그 수준이 일정한 가능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시인의 가차 없는 경구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다. 오후 수업에 조는 학생더러 “긍정으로 조아린 머리”라 한다. “여명 같은 싱싱 파동”, “직사각형의 이성”, “마름모꼴 감성”, “발자국마다 몽글몽글” 솟는 “온천”, “얼음 우물 박차고 나오는 경칩 기운”, “비로소 열쇠처럼 보이는 것”이라 한다. 아무튼, 이것은 시가 사유(私有)의 밀실에 있지 않고 공유(共有)의 교실에 있는 것을 호언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