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격의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 정치적인 주장 뒤편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어떤 실력이 있길래 사람들이 그 사람 주위에 모이는 것일까? 아니, 거꾸로 어떤 사람이어야만 국가대표 격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물론 ‘정세균표’ 해답이다. 연대기 순으로 기록된 자서전은 아니다. 정치적 주장을 일삼는 논설도 아니다. 마치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저자와 독자 사이의 간격이 없는, 그저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로 답한다.
가난한 산골 소년이 있다. 이 소년은 금방 자라나 노인의 꿈을 꾼다. 저자는 자신의 영웅담에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직장인에서 정치신인으로, 초선 국회의원에서 당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까지 스물여섯 해 동안의 정치인의 ‘생각’이 책에 담담하게 담겨 있다. 글 속에 담긴 저자의 행보를 읽노라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려운 일이 어렵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도록 한다는 게 보통 공력이 아니다. 독자는 왠지 모르게 안심하는 기분에 젖는다. ‘아, 이런 사람이 정치 지도자라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아닐까. 책에 담긴 이야기의 주제가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곳곳에서 여러 가지 가벼운 얘기를 한다. 술, 인형, 영어에 관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최고 방역책임자답게 코로나19에 맞선 긴박하고 진지한 싸움이 여러 층위로 펼쳐지다가도 장인, 부인, 자녀 등 정치인의 가족사가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소개된다. 정치인의 책이다 보니 정치적인 얘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저마다 재미가 있다. 어째서일까? 그것은 아마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식견과 통찰력과 인품이 글 속에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