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전공한 박사 학위 있는 아줌마,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동네 점방’의 주인이 되다.
친절하려고 애쓰진 않지만 양심에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심플하게, 장사하고 산다.
매력 넘치는 장사꾼 규옥 씨의 동네 편의점 24시 이야기.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편의점 점주도 그렇다. 한때는 ‘유명해질 줄 알고 사인 연습을 하던’ 귀여운 소녀였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고도 꿋꿋하던 학생이었으며, 학원에서 국어 논술을 가르치다 돌연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났던 실행력 있는 엄마이기도 했다. ‘놀고 먹으려’던 중국에서 주변의 수근거림이 싫어 홧김에 시작한 공부로 박사 학위까지 따고는 다시 돌아와 3년간 심혈을 쏟아 부었던 사업을 하루 아침에 접고 편의점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는 일을 시작한, 누군가의 눈엔 대책 없고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커리어를 가졌다.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회사를 운영하며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유니폼을 입고 바코드를 찍는 일보다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과감하게 하던 일을 접었다.”는 것. 만만치 않은 삶의 스펙 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성격이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 성격은 대체로 누르고 동네 편의점에서 장사하고 산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박사 학위까지 따고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이 시대가 인문학 전공자를 세상으로 내몰았다’는 식의 괜한 변명을 늘어놓곤 했지만 이제는 동네 가게의 주인으로 사는 삶이 뱃속 편하고 좋다는 생각이다. 일터로 나오는 것이 즐겁고, 남들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본인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자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그러워졌다. 편의점 일이라는 게 강도가 세지 않은 육체 노동을 늘 해야 하는데 일을 하고 나면 늘 기분도 맑아진다.
SNS에 올릴 글을 쓰다 ‘애면글면하다’라는 표현을 적었다 다시 지우는 저자. 그런 어려운 표현이 자신이 쓰는 말 같지가 않아서였다. 단순한 언어 사용이 습관화되어 어려운 장소에서 폼 나는 언어를 쓰고 싶어도 입이 굳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편의점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단순 노동에 가깝다.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것도 지나가는 손님과 몇 마디 나누는 게 전부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저자는 언어도 인간관계도 단순해지고 있는 걸 느낀다. 그러나 그런 자신이 싫지 않다고 고백한다.
“쓰는 언어가 단순해지는 만큼 사람들과의 단순한 교류가 좋아지는 것을 보니 나는 진정한 ‘편의점 인간’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야심이나 허세 없이 되도록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는 이런 식으로 드러난다. 몸을 움직여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이웃, 손님들과의 단순한 교류를 즐기며, 주변의 아픔에 매몰차게 눈 감지 않는 온정 어린 마음으로 오늘도 편의점 문을 여는 저자. 쿨하면서도 때로 소심해서 인간적인, 경기도 분당GS편의점 점주 규옥 씨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