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계의 부와 권력이 모인 지역 배터리파크시티에서
테러 이후 도시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주민들의 각축전과 회복에 대한 심층 리포트
‘미국 대 중동’이라는 국제정치적 시각의 9·11이 아닌 ‘도시공간과 계층’이라는 문제로 접근한 9·11. 미국 도시 연구계에 떠오르고 있는 사회학자 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이 9·11을 가장 가까이에서 겪었던 뉴욕 배터리파크시티 주민의 일상을 샅샅이 추적한 노작이다. 기존 9·11 관련 담론은 ‘테러’의 폭력성과 ‘자본의 묵시록’이라는 상징으로 소비되는 측면이 강했다. 이 책은 분명 역사적 사실이지만 이미지의 거울을 깨고나오지 못하는 9·11의 실감을 테러 이전과 이후 몇 년간 이 도심지의 생활세계가 어떻게 붕괴하고 재건되었는지에 대한 관찰을 통해 반추해보고자 하는 도시사회학적 기획이다.
세계무역센터타워 붕괴 이후 미국 전역이 테러에 대한 충격과 애도의 물결로 휩싸인 가운데, 저자는 이와 동떨어진 반응을 보이는 배터리파크시티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심층 분석하며, 그들에게서 ‘공간을 통한 구별짓기’의 심리를 발견한다. 이러한 심리는 골칫거리로 간주되는 구조물이라도 유치해 거주지의 한적함을 지속시키고픈 ‘딤비’ 전략, 이론적으로 경제적·인종적 차별 금지를 지지하며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유지하지만 자신의 지역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그러한 지지를 철회하는 이중성, 9·11을 기리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자신의 시각적 불편함이 포함된 일상 속 편의를 방해하지 않는 메모리얼의 조건적 건립 요구로 구체화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은 ‘자본의 성채’에 거주하고 있다는 어느 엘리트 지역 주민의 안도감이 테러를 통해 산산조각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자신들의 거주 지역을 인종적·계층적으로 구분하고 고립시키려는 이 지역의 재건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