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이시구로,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증명하는 신인 작가
떠돌고 맴도는 존재들에게 깃드는 환상 같은 순간에 대한 아름다운 데뷔작
나오미 이시구로는 이십대에 영국 바스의 한 서점에서 서적판매원 및 독서요법치료사로 일했다. 그곳에서 책을 통해 사고와 감정의 폭을 넓히고 고통을 이겨내는 손님들과 교감하며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실감했다. 그의 데뷔작인 단편소설집 『탈출로』는 이 시기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는데, 익숙한 삶의 풍경들에 비범한 상상을 덧칠해 현실과 환상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가 그의 부친이다. 나오미 이시구로는 가족이 일상적으로 서로의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환경에서 자랐고, 성장기에 쓴 습작들에는 부모의 냉철한 의견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딸이라는 이름이 어쩌면 양날의 검과도 같겠지만 『탈출로』의 아홉 작품은 나오미 이시구로가 자신의 이름만으로 우뚝 서기에 충분한, 아니 그 이상의 재능을 가진 작가임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