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전문적인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퇴직 후에 시를 쓰는 일이 더러 있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것에 재주가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시 대신 다른 전공을 선택하여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충실히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퇴직 후에는 그동안 억누르고 살았던 예술에 대한 기억과 열정이 솟아나면서 다시 시를 쓰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정식 데뷔까지 하면서 시인으로서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시에 끌어들여 기존의 시인들과 차별되는 지점을 확보하였고 이것을 문단에서는 낯설어하면서도 그들의 전문분야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과 개성 넘치는 문체에 대해서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게 되었다. (...) 이번에 첫 시집을 내는 조정희 시인은 묵화를 그리는 화가이고 시를 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표현력을 갖춘 다재다능한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시에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시어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이것은 묵화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