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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말
글쓴이
보리스 사빈코프 저
출판사
빛소굴
출판일
2022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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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보리스 사빈코프

러시아제국 하리코프(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의 혁명가이자 작가인 보리스 빅토로비치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재학하던 중 사회주의를 접하고 혁명 활동에 들어섰다. 1897년 열여덟 살에 사회주의 활동을 시작한 후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 암살에 성공했다. 그는 모스크바 총독 암살 사건을 비롯한 주요 테러 활동의 전말을 『테러리스트의 수기』에 상세히 기록했다.

1906년 밀정의 밀고로 수감된 그는 탈옥하여 파리로 망명했다. 파리에서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완성했으며, 1909년 롭신이라는 필명으로 『창백한 말』을 출간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군에서 종군 기자로 복무했으며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귀국하여 임시 정부의 군사 총지휘관, 국방차관을 역임했지만 정치적 마찰로 인해 제명되었다. 이후 러시아 내전이 발발하자 백군과 함께 볼셰비키의 권력 독점에 맞서 싸웠다. 이 시기 그의 이야기는 소설 『검은 말』로 1923년 파리에서 출간되었다. 1920년에는 소비에트 정부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바르샤바로 가 폴란드를 위해 싸웠다. 그는 1924년 소련 비밀경찰의 함정에 빠져 체포되었고, 이듬해 감옥에서 사망했다. 사빈코프는 혁명가로서의 삶과 문학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폭력과 도덕, 신념과 회의 사이의 갈등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테러리스트이자 작가, 이상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오늘날에도 ‘정치적 인간’의 역설을 성찰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카뮈에게 영감을 준 작가
격동의 삶을 살아간 혁명가이자 문필가
보리스 사빈코프의 대표작
『창백한 말』

장동건, 이준호, 김상중 주연의 영화 〈아나키스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 제2의 사빈코프가 되고 싶다고 했지?’
사빈코프는 당시 많은 혁명가들의 목표이자 이상이었다. 수많은 권력자들을 공포에 떨게 한 절정의 암살 능력과 카뮈를 비롯하여 많은 문인들에게 영감을 준 그의 탁월한 글들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사빈코프가 진정 혁명가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위계적 권력에 대한 그치지 않는 투쟁, 민중의 자유를 믿고 그것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던 삶. 민중의 이름으로 혁명에 성공한 볼셰비키가 점차 권력 그 자체만을 탐하는 괴물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사빈코프는 약자의 편에, 민중의 편에 서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바위보단 계란이 되길 택했고, 그래서 그의 삶은 숱한 고난과 고초로 가득했다.

테러리스트라는 무시무시한 직업에도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는 일제강점기사를 공부한 우리들이 연민과 존경의 감정을 안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독립운동가들과 많이 닮아 있다. 독립 운동을 통해 ‘영원한 쾌락의’ 삶을 살고자 한 이봉창 의사의 사진처럼, 사빈코프의 인생과 삶을 보면 범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단단한 신념과 굵은 신경줄을 갖고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린 『창백한 말』을 통해 고뇌하는 인간 사빈코프를 마주할 수 있다. 그는 민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은 내려놓으면서도, 그리스도의 목소리만은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무자비하게 권력자들에게 총탄을 박으면서도 자신의 살인이 그리스도 앞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한다. 증오로 똘똘 뭉친 수류탄을 던지지만, 그는 이 수류탄이 세상에 진정 사랑을 퍼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뇌한다.

그런 의미로 그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속을 휩쓸었을 번민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사빈코프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는 ‘알을 깨고 세상에 나가려는 새처럼’ 각자만의 투쟁을 하고 있다. 모두의 인생엔 저마다의 좌절과 고뇌, 이상과 목표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분노하며 때론 그것이 어떤 일의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 우리를 꼭 안아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을, 우리 자신을 증오하고 사랑하며 각자만의 고유한 답을 찾게 된다. ‘『창백한 말』은 과거에서 온 미래의 소설이다’라고 말한 정지돈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우리네 삶의 힘든 여정에서도 끊임없이 그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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