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의 도시’와 ‘문화 도시’ 사이 ― 광주를 통해 보는 도시 정치와 문화 경제
한국인의 91퍼센트는 도시에 산다. 도시는 ‘창조 도시’, ‘명품 도시’, ‘문화 도시’, ‘녹색 도시’, ‘몰세권’을 둘러싸고 경쟁한다. 오늘날 도시는 욕망, 그중에서도 공간을 둘러싼 욕망들이 부딪치고 교차하고 충돌하고 경합하고 합쳐지는 현장이다. 도시 이름 붙이기와 장소 만들기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사이, 많은 도시가 ‘문화 도시’라는 자리를 탐낸다. 도시를 둘러싼 정치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중심에 이제 ‘문화’와 ‘경제’가 자리한다.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에서 이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정처 모를 정체성들이 연출하는 경쟁의 지리학을 살핀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문화 경제와 도시 정치로 눈을 돌렸다. ‘문화 경제의 정치는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을 붙잡고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한 도시에 천착한 이야기를 묶어 내놓았다. 그 도시는 광주다. ‘광주비엔날레’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알려지다가 요즘 ‘무너진 아파트’와 ‘복합 쇼핑몰 없는 광역시’로 유명해진 광주는, 그전에는 ‘5·18의 도시’였다. 광주는 ‘문화 도시’와 ‘5·18의 도시’ 사이에서 갈등하고 충돌하고 타협했다. 5·18에서 벗어나려는 경제 성장 욕구와 5·18을 기념하려는 노력이 만나고, 중앙과 지방이 부딪치고, 문화와 경제가 통합하고, 기억과 개발이 갈등하고, 도시 정치와 거버넌스가 뒤섞이는 모습을 20년 넘게 보고 들은 신혜란은 켜켜이 쌓인 ‘광주가 들려준 이야기’에 직접 그린 삽화를 더해 누가 도시를 통치하느냐는 물음에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