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밀려드는 치열한 세상살이
노동의 현장에서 피어난 삶의 정수, 이용훈 첫 시집
생생한 감각과 날카롭고 위트 있는 시어의 사용으로 주목받는 신예 이용훈 시인의 첫 시집 『근무일지』가 창비시선 479로 출간되었다.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노동현장의 실상과 노동하는 삶의 “뼈아픈 아름다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삶과 시가 하나인 세계”(이영주, 추천사)를 펼쳐 보인다. 일용직 노동자, 외장 목수, 모텔 청소부, 수화물 터미널 막일꾼, 정신병원 폐쇄병동 보호사, 환경미화원, 택배 기사 등 온갖 일터를 전전해온 시인의 구체적 경험에서 길어 올린 삶의 처절한 기록이다. 삶과 노동의 서사 속에 특유의 유머와 언어유희를 곁들여가며 직설적인 어법으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시편들이 기존의 노동시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작법을 보여준다. 등단작 「대림성 나마스테」를 포함하여 67편의 시를 부 가름 없이 실었다.
시집에 담긴 삶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용훈 시인은 영락없는 ‘노동자’다. 시인은 ‘쓰레기 인생’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노동의 현실을 때론 참혹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러나 무심히 툭 던지는 농담처럼 담담하게 그려낸다. 먹고살기 위한 일의 고단함을 노래하지만 두루뭉술하게 노동현실을 비판하지도, 비극적 인식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시집에는 무언가를 주장하는 구호 또한 없다. “깰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바닥”(「밀가루 시멘트」)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근무일지」) “하루떼기”(「잡역부」)의 아슬아슬한 삶과 “땀으로 온몸을 간”(「건너 건너 아는 사람」)하며 노역과 다름없는 혹독한 노동과 착취에 시달리는 “항거불능”(「사냥철」)의 노동현실을 “시멘트 가래”(「당신의 외국어」)가 끓는 목소리로 그저 들려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