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사투가 된 혐오와 폭력의 세계에서
소녀 어밀리아와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법
50주년 부커상 『밀크맨』 작가의 천재적 데뷔작
2018년 “소문과 정치적 충성이 개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는 평과 함께 『밀크맨』으로 50주년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애나 번스의 데뷔작 『노 본스』가 발간되었다.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대담하고 능란한 서술과 훨씬 더 날것 같은 생생한 언어와 천연덕스러운 블랙 유머로 애나 번스의 천재적 면모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밀크맨』과 마찬가지로 북아일랜드 분쟁 시기, 즉 ‘트러블’을 배경으로 벨파스트 북부의 한 마을에 사는 소녀 어밀리아와 가족, 이웃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종교와 신념의 이름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세상, 우리 편이냐 저들 편이냐 선택을 강요당하며 억압과 감시와 폭력이 일상이 된 동네에서 가장 고통 받는 건 주인공 어밀리아 같은 아이들과 여자들, 병자들, 성적 소수자들, 어느 쪽 편에도 서지 않아 나약한 인간 취급을 받는 남자들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래서 『노 본스』를 읽는 건 불편하고 때로는 불쾌한 경험일 수 있다. 혐오와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어떻게 피폐해져가고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잔인하도록 생생하고 서늘하게, 하지만 연민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보여주는 이 소설은 독자들을 말 그대로 그 세계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멀다면 먼 과거,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심각한 혐오와 편 가르기로 병들어가고 있는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에도 많은 생각해볼 거리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