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지구의 마지막 생존 공동체, 사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종인가, 진실인가
서점 직원으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써오던 휴 하위는 어느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점 창고에서 짧은 단편을 하나 완성했다. 제목은 단순하게 [울]이라고 붙이고, 아마존 킨들 서비스를 이용해 1달러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자비 출간을 시작했다.
몇 개월 후 이 단편은 입소문만으로 아마존 킨들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을 낳았고, 독자들의 요구에 힘입어 후속작을 쓰기 시작해, 2012년 총 5부로 구성된 장편 [울]을 완성했다. 미국과 영국의 거대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계약을 맺고 종이책을 출간했으며, 여기에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결정되면서, 휴 하위는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치명적 독소로 가득 찬 대기. 땅속 깊이 나선형 계단으로 이어진 144층의 거대한 지하창고 사일로만이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밀폐된 사일로에서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곳은 최상층의 거대한 스크린뿐. 이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황폐한 풍경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 곧 죽음임을 알려준다. 치밀한 인구 조절과 엄격한 규칙으로 통제되는 사일로의 비밀에 의문을 품은 자에게 돌아오는 형벌은 간단하고도 치명적이다. 바로 ‘청소형’에 처해져 지상으로 추방되는 것. 추방된 자들은 스크린을 비추는 렌즈를 청소한 후 지상의 독성에 질식해 죽어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 금기를 깨고 ‘청소형’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들의 선택은 예기치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
각 부는 연속해서 반전을 취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잡아두고, 그 탄탄한 긴장감 속에서 ‘사일로’라는 낯선 세계가 한 겹씩 베일을 벗어나간다.
훌륭한 디스토피아 소설은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현실을 은유한다. 생명을 잃어가는 지구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는 인간의 기술력은 우리로 하여금 머지않은 미래의 지구를 상상하게 만들다. 21세기 미국의 젊은 상상력은 《울》을 통해 ‘종’으로 파고들어가는 섬뜩한 미래 사회를 스펙터클한 이미지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