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세계의 한가운데,
그 빛나는 천국에서 보낸 한철
2005년 스물한살의 어린 나이에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저돌적인 에너지로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며 한국문학의 가장 개성적이고 문제적인 작가로 성장해온 소설가 김사과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 ‘케이’가 뉴욕에서 공연과 파티와 마약으로 이어지는 뉴욕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련되고 근사한 이른바 힙스터들의 세계 속에서 그녀는 말할 수 없는 고양감에 젖어 반짝이는 여름 한철을 보낸다. 현실의 삶으로 돌아온 케이는 그후로 모든 것이 시시하게만 느껴지고, 소설은 서울과 광주와 인천 등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따라 그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인물들과 그녀가 겪는 내적 편력을 그려나간다.
케이가 겪는 절실한 방황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도 누구도 그녀에게 해답을 주지 못한다. 그녀는 평범한 것을 경멸하고 세련된 취향을 섭렵하는 것으로 불안을 떨치고 스스로를 증명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바로 그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케이와 같은 감각의 소유자가 필연적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그 불안과 자가당착적인 환멸을 냉정한 묘사와 생생한 대화, 직설적인 진술을 교차하며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소설이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 불안과 환멸의 바탕에 놓인 세계 자체의 몰락이다. 이전에 그의 소설이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에너지와 몽환적인 이미지로 우리를 당혹스럽고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이번 소설은 그 대신 불안과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의 질서의 균열상을 또렷한 모습으로 들이밀며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