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 자신을 위해 썼지만
그림은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그렸습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들은 모두 그분들에게 선물 했습니다”
김지유 시인은 어릴 때부터 시를 좋아했던 나는 일기를 쓸 때도 거의 시로 썼다. 슬픔과 분노를 세세히 나열하기에는 내 일기가 너무 더렵혀지는 것 같아 싫었다. 어느 정도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 최대한 짧게 쓸 수 있는 시가 있어 행복했다. 감정을 다 표현하고 살면 내가 스스로 그 감정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내 안에 가둬놓을 수만은 없었다. 조금씩이라도 흘러 보내야만 호흡하며 살 수 있었다.
김지유 시인은 연세대 법학과를 다니면서도 시에 대한 마음은 여전했다. 법대 건물 가까이에 있는 문과대 건물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왜 그렇게도 부러웠을까. 문과대 건물 근처 윤동주 시비가 놓여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은 나의 낙이었다. 그 시비 앞에 누군가가 늘 새로운 꽃다발을 놓아두고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신기했다. 윤동주 시비 앞에 누군가 갖다놓은 싱싱한 꽃다발을 보며, 시는 시들지 않는 꽃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나의 기억 때문에, 시를 떠올릴 때 꽃이 함께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윤동주 시비 앞에서」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하지만 늘 보고 싶은,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같은, 시를 짝사랑하는 나의 심정을 이 시집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