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삶=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언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구는 장례 중이고, 별은 무덤이고, 산 자는 송장이고, 생가는 폐가이고 집은 상여이며, 여행은 자폐다. 독자는 김영산이 제시하는 ‘죽음’의 상황을 대면하여, “이게 오늘의 현실인가?”라고 물을 게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만일 이와 같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것을 치러낼 수 있을 것인가?”를 우선 묻고, “우리의 경험이 진실했다면, 이 경험은, 저 가정된 상황을 얼마간 포함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데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한참 후에 이어서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