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찢습니다. 나의 짧았던 인생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습니다. 사랑했던 이들의 얼굴을 기억해냅니다. 이제 펜을 듭니다. 듣고 싶었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심심한 위로를 적어봅니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쉽니다. 내가 죽으려는 이유가 떠올라 마음이 조각났습니다. 이제 글을 씁니다. 나의 마지막 기억과 많은 이들을 추억합니다.
유음(遺音), 이라 불리기에는 너무 자잘한 말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전하지 못한 문장들을 입으로 뭉개어 삼켜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속은 꽉 찼고, 입은 짓물렀습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이제야 겨우, 속을 가득 채운 말들을 쏟아내고자 합니다.
제 삶은 퍽이나 유쾌했습니다. 검고 또 축축했지요. 이런 낙후된 삶은 한 송이의 장미와 촛불, 그리고 여러분들 덕에 밝고 포근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느꼈죠. 비록 짧은 설렘과 비루한 현실, 그리고 기다란 아픔뿐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고달픈 인생이었기에, 모든 아픔은 저 혼자만의 것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온 마음을 다해 내 사람들을 껴안았습니다. 현실은 너무 날카롭고, 또 위험하니까요. 마지막으로 결코 전하지 못했을 진심을 전하며 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부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