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모든 면에서, 특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성에서, 속된 말로 지렸다. 단 한 구간도 지루할 뜸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이야기가 그야말로 온몸을 전율케 했다. 가장 많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은 소설이 아닐까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기막힌 반전이 주는 쾌감은 <파운데이션>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야기 결말을 한 번도 맞춘 적이 없다. 아니 비슷 무리하게 생각지도 못했다. 매 권이 끝날 때마다 반전으로 뒤통수를 후려쳐 맞은 듯 얼얼했다. 소설은 파운데이션이라는 큰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지만, 각 권마다 마무리되는 결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가 된 데에는 사연이 있는데, 아시모프는 처음 총 삼부작으로 기획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재는 1951부터 1953년까지 매년 1부씩 시리즈로 나와 완결했다. 훗날 이 3부를 <파운데이션 클래식>이라 부른다. 이후 속편을 바라는 펜들의 거센 요청에 의해 30년이 지난 1982년에 4부가 다시 나왔고, 5부는 1986년, 그리고 6부는 1988년, 마지막 7부는 1993년에 나왔다. 이처럼 뒤를 생각하지 않고 쓰다 보니, 매 부마다 결말을 맺은 구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량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그렇니깐 소재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는 우려가 저절로 해소된 셈이다.

장르는 SF 지만, SF 소설에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 즉 공상(空想)은 다소 적었다. 다분히 현실적이었다. 이는 <왕좌의 게임>으로 잘 알려진 조지 R.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처럼, 드래곤은 나오지만, 실상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한 내전과 암투,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파운데이션>에서는 운하 제국의 몰락과 그 이후 새로운 질서를 두고 파운데이션과 그들을 둘러싼 권력 다툼을 이야기한다. 은하제국을 우리 사회에 빗대어 어떻게 쇠퇴하고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 참고로 아시모프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를 읽고 영감을 받아썼다고 한다.

소설에는 그 유명한, 이후에 다른 SF 소설에도 자주 언급되는 로봇의 3원칙 나온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또한, 부작위로써 인간이 해를 입게 두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 외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소설이 있는데, 바로 프랭크 하버트의 <듄>이다. <듄> 역시 파운데이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대치점이 있는데, <듄>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대한 배경지식과 폴을 비롯한 초인적인 인물을 주로 다룬 방면, 파운데이션에서는 사회역학을 베이스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듄> 역시 재밌게 읽은 나로서는 어떤 게 더 좋았는지 분간할 수 없다. 그저 둘 다 끝내줬다는 말 밖엔, 그리고 강력 추천한다는 말 밖엔, 그 외는 사족이다.

별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