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내가 살던 용산』『열아홉』『앙꼬의 그림일기』등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소소한 일상의 단면을 희화화하는가 하면, 섬세한 시선으로 관찰한 주위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양한 그림체 속에 담아내 진한 감동을 선사한 천재 만화가 앙꼬가 서른 언저리 삶을 담아냈다. 일상을 늘 만화로 기록하는 작가의 우습지만 곤궁한 하루하루의 삶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책 안에는 서른 살 생계형 만화가의 시트콤 같은 일상이 펼쳐진다. 돈이 없어 잘나가던 작가 시절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모아두었던 저금통을 뜯기도 하고(「동전 바꾸기」), 작업실 전기세를 못 내 대소변을 작업실 안에서 해결하며 숨어 지내기도 하고(「전기세」), 처음 시작한 헬스와 요가 때문에 자신의 끈기를 시험하기도 한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동생에게 만화를 가르쳐주며 우쭐해한다거나(「멋진 나」) 방귀를 뀌며 잔칫집 냄새가 난다며 좋아하는 등(「가스」) 찌질하고 우스운 일상이지만 곳곳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확인된다. 수유 중인 언니와 항암치료 중인 엄마를 위해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몰래 싸오기도 하고, 엄마를 위해 삭발을 결심하기도 한다. 또 10년 지기 순대 아줌마나 재미있는 경비 아저씨, 만화 카페 주인 이야기 등 지극히 사소한 일상은 삼십 살 앙꼬의 눈을 통해 따뜻하고 정감어린 특별한 삶으로 기록된다. 또 나이가 들어도 퇴색하지 않은 그만의 엉뚱한 유머는 곤궁한 삶의 조각들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십대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고민하게 되는 직업과 예술, 자신과 가족, 친구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엉뚱한 고백에 귀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