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도 모르게 삶과 죽음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던 건지도 모르지.”또다시 숨어드는 어두운 사건의 그림자경성의 모던 보이 탐정, 에드가 오의 두 번째 활약상“경성판 셜록 홈즈”라는 호평을 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이 두 번째 이야기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2 : 호랑이덫』으로 독자 곁을 찾아왔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던 어느 여름날 밤, 오랜 친구인 세르게이 홍이 러시아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에 반가운 걸음을 옮기던 에드가 오는 뜻밖의 살인사건을 마주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르게이 홍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지난 봄의 일 이후 두 번 다시 탐정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던 다짐을 까맣게 잊은 채 또다시 사건에 뛰어든다. 시도 때도 없이 “오, 모던!”을 외치는 모습이나 추리보다는 옷차림에 더 일가견이 있어 온종일 바삐 돌아다니고도 안개 속을 헤매는 허술한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지만, 사건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나 진심을 다해 주변인들을 걱정하고 아끼는 에드가 오의 인간적인 면모에서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새어 나온다.봄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모던을 사랑하는 귀여운 허풍쟁이 에드가 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당돌하게 진실을 파고드는 선화, 이야기 몇 줄만으로 앉은 자리에서 사건의 진상을 날카롭게 추리해내는 연주, 이들의 두 번째 활약을 기대해 보자.일제강점기 전반을 두루 다루었던 1권과 달리, 2권에서는 좀 더 특정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바로 관동대지진이다. 1권을 통해 많은 독자에게 “치밀한 시대 고증으로 배경과 장면을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그 진가를 마음껏 발휘해냈다.“지진 이후 그곳에서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서 내지인들을 죽이려 한다.’ 같은 헛소문이 돌았다더군. 그 소문이 커지자 내지인들은 무리를 지어 행동했어. 그러고는 수상한 자를 붙잡고 내지인인지 아닌지를 시험한 뒤, 내지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잡아 가두거나 폭행하고, 심지어는 무참히 죽이기까지 했다지.” - 본문 중에서저자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겪었던 가슴 아픈 참상과 그들이 견뎌야 했던 차별, 그 속에서 빚어진 갈등 등을 에드가 오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살펴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과연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더 나아졌을까?”라고 되물으며 “실체 없는 편견으로 빚어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며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