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는 침묵하는 언어가 있다
그리고 삶 중에는 노래가 된 삶이 있다
음악을 듣는 귀, 타인의 이야기에 기울이는 귀
음악이 매개가 되는 책이 있다. 그것은 음악책이 아니나, 음악책이 아닌 것도 아니다. 노래가 맴돌고, 멜로디는 더 선명히 흐르는 책이지만, 거기서 음악은 삶과 죽음, 타인을 묘사하는 중간 매개체로서 자기 역할을 다한다. 특히 글 쓰는 이들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에둘러갈 우회로를 찾곤 한다.『음악이 아니고서는』이 바로 이처럼 음악으로 우회로를 내는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인권’ 관련 일을 해왔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모로코 속담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촘촘히 보여주는 영화 「4등」의 시나리오를 쓰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인권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누고, 어둠 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그림자와 같은 사람들을 조명하는 글을 여러 매체에 실어왔다. 무엇보다 상담은 언어에 크게 의지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내 말을 삼가되 남의 말에는 귀를 여는 일이다. 다음과 같은 사람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한 채. “당신 지금 내 이야기 듣고 있는 거야, 내 말 토씨 하나 빠뜨리지 말고 다 받아 적어.”
저자는 말을 듣고 적고 발설하는 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지만, 사람이 할 말 같지 않은 말, 사람이라면 주저할 말, 사람에게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자주 듣고, 그런 말에 지쳐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이어폰을 꽂고 음악 재생 버튼을 누른다. 언어가 자취를 감추는 순간 음악이 그 자리를 대신해 말이 튕겨냈던 감정들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