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거리는 우리의 옷자락 안에는 불안하고 우울한 인간이 살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의 고통은 방향을 잃은 불길처럼 뼛속 사이사이를 파고든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안의 〈서사〉를 무시한 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망가진 신체가 퍼붓는 공격을 이겨내기 위해 매일같이 분투한다.
그러나 우리의 고통은 침묵 속에서 처참히 외면당한다.
하지만 우리의 질병엔 그만의 의미가, 삶의 서사가 숨겨져 있다.
여기서 문제는 몸이 아닌, 〈우리의 삶〉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환자들 증상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의미가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질병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의미를 지니며, 그 속에는 우리만의 〈삶의 궤적〉이 담겨 있다. 증상과 질병의 이면에 숨어 있는, 특히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호소하는 〈고통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결국 즉각 고통을 완화해주는 마약성 진통제보다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의 경험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의미 중심의 〈느린 의학(slow medicine)〉 접근 방식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