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물론이고 시와 소설, 평론, 논문, 번역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한흑구(본명 한세광韓世光, 1909~1979)의 삶은 일제강점기의 평양시대와 해방이 분단으로 고착된 후의 포항시대로 크게 양분할 수 있다. 평양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미국 유학을 거쳐 평양에서 활동하다 해방 후 월남해 1948년부터는 동해 남단 포항에 정주하여 1979년 별세할 때까지 포항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흑구의 삶과 문학이 한국현대문학사에서 귀중한 의미를 생성한 시기는 1929년 2월부터 1934년 3월까지 5년 동안의 미국 유학과 방랑, 그 기간에 창작한 문학작품과 행동 자취, 그때의 공부와 체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평양에서 발표한 문학작품과 문학적 활약이다. 해방 후 월남하여 1948년부터 포항에 정착한 뒤로는 무엇보다 1955년 동아일보에 발표한 「보리」를 통해 보여준 것과 같은 수필문학의 독특한 양식을 창발하고 그 안에 깊은 사유를 시적 문장으로 담아냈다는 사실이 한흑구를 기억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돋보이는 문학적 성취로 남아 있다.
이번 연구서에서는 방민호(서울대 교수, 문학평론가), 이경재(숭실대 교수, 문학평론가), 한명수(문학평론가, 시인), 박현수(경북대 교수, 시인), 안미영(건국대 교수, 문학평론가), 안서현(서울대 교수, 문학평론가) 등 여섯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다각도로 탐구한다.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한 첫 연구서가 출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