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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핵심
글쓴이
전성욱 저
출판사
동아대학교출판부
출판일
2022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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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전성욱

문예비평가, 동아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 변명과 희망을 비롯해 인간의 모든 것이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난다. 소설을 중심으로 세상 제각각의 이야기들에 담긴 인간의 욕망, 그 삶을 향한 생명의 의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 공부가 나를 구하고, 또 함께 더불어 살 수 있게 하는 ‘기쁨의 서사학’으로 일구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펴낸 책으로 『소설의 핵심 ― 김가경의 소설과 소설의 이론』(2022), 『문학의 역사(들) ― 소설의 윤리와 변신 가능한 인간의 길』(2017), 『남은 자들의 말 ― 오월 광주의 순수한 현시, 그 무릅씀에 대하여』(2017),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2014), 『바로 그 시간』(2010)이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판소리에서는 1고수 2명창이라든가 귀명창이라는 말을 쓴다. 소리를 들어낼 줄 아는 사람의 딱 맞는 ‘호응’이 있어야 그 소리꾼의 실력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처럼 비평가는 작품의 탁월함에 응하여 신명을 나누는 고수이거나 귀명창과 같다. 별이 광막하고 심오한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자기를 빛내는 것처럼, 비평가는 별을 빛으로 보이게 만드는 가물가물한 어둠의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비평은 대체로 일방적인 청탁에 응하는 수동성의 관행을 지난하게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청탁은 일종의 ‘호명’하는 권력이 되어 특정한 누군가를 선택함으로써 어떠한 누군가들을 배제시킨다. 굳이 제외시키려는 악의가 아니었더라도, 호명에 응답하는 그 습관적인 반복이 안(선택)과 밖(배제)의 차별적인 경계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경계는 차등한 서열을 조장함으로써 대등한 화합을 가로막아 불공정한 체제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부당한 누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내부의 동일성을 위협하는 것들은 경계의 바깥으로 내몰린다. 동일성을 유지하려는 경로의존의 악랄한 관행 속에서, 권위적인 호명은 자발적인 호응을 압도한다. 요컨대 일반화된 호명의 체제가 고유한 호응의 계기들을 회수함으로써,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무엇인가들을 간과하게 만든다. 과연 그것이 존재의 말살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김가경의 소설들은 범속함과 구별되는 탁월함(Arete)을 지향한다. 나는 김가경이 그 탁월함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고 모시는 성실한 적공(積功)을 통해서 이룩해나가고 있다고 여긴다. 만나서 섞이고 마침내 이루어지는, 그 고유하고 경이로운 과정들을 그리는 것이 그의 소설 미학의 요체이다. 서로 다른 낯선 것들의 기묘한 만남과 그것들이 함께 뒤섞이는 그 신이한 연금술의 과정에서, 완악한 이 규범의 세계를 탈주하는 예외적인 해방의 순간이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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